6 5월 2024

코로나 여파와 물가 상승으로 자영업자들 ‘빚탈출’ 어려운 현실

고금리와 물가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이 곤경에 빠지고 있다. 코로나19의 여파에서 벗어나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생활비와 농산물 가격 등이 급등하면서 소비자들은 경기 침체와 함께 지갑을 열기를 꺼리고 있다.

금리 상승으로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 대출 이자 부담이 증가하고 있다. 장사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대출 이자를 상환하면 거의 손에 남는 돈이 없다. 좋아도 이자를 갚을 수 있는 경우가 희박하며, 장사가 망치면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연체 상태에 빠지기 일쑤이다. 자영업을 할수록 부채의 깊은 함몰구로 빠져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입수한 한국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말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43조2000억 원으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1분기 말 대비 9조5000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영업자 대출 잔액은 작년 3분기에 1014조2000억 원으로 1000조 원을 돌파한 이후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액도 3개월 만에 1조 원 증가하여 7조3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에 이르렀다. 전체 금융기관에서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2분기 말에 1.15%로, 1분기 말보다 0.15%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4년 3분기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더 큰 문제는 소득이 낮은 자영업자의 연체액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평균 소득의 30% 미만인 저소득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1분기 말 123조 원에서 2분기 말 125조2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중위 소득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187조2000억 원에서 200조9000억 원으로 13조7000억 원이나 늘었다. 중위 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율은 1분기 말 1.8%에서 2분기 말 2.2%로 가장 많이 상승했다. 고소득 자영업자의 연체액은 같은 기간 723조6000억 원에서 717조1000억 원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권별로는 은행보다 저축은행과 상호금융 등 2금융권의 연체액이 더 뚜렷하게 증가했다. 2분기 말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각 0.41%와 2.91%로 나타났다. 은행은 1분기 대비 0.04%포인트 상승에 그쳤지만, 2금융권은 0.37%포인트 급등했다. 2금융권 연체율은 2015년 4분기 이후 최고 수준이다. 저축은행의 연체율은 6.42%로 1분기보다 1.25%포인트 증가하였고, 상호금융은 0.30%포인트 상승하여 2.52%를 기록했다. 저축은행 연체율은 2016년 3분기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여러 곳에서 돈을 빌린 다중채무 자영업자의 대출 잔액은 743조9000억 원으로 1분기보다 9% 가량 늘어났다. 전체 자영업 대출의 71.3%가 다중채무에 해당하며, 이 비중은 역대 최대다. 대출금리가 0.25%포인트만 상승해도 자영업 다중채무자의 연평균 이자는 1조 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자영업자의 부실화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이 문제가 금융권으로 확산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효과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야당이 나서 자영업자 부실화에 따른 사회·경제적 충격을 줄이기 위한 연착륙 대책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은행도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 보고서에서 “자영업자 대출의 전반적 질이 저하되고 있다”며 “단기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 재조정을 촉진해야 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정상 차주의 자발적 대출 상환과 부채 구조를 장기 분할 상환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